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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이야기 1 : 일주일만에, 원룸에서 투룸으로

귤맛젤리 2021. 11. 28. 18:48

한달 전, 3년 간 살던 원룸을 떠나서 투룸으로 이사 왔다.

 

사실 작년 연말부터, 3~4월경 이사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원룸에 있기 답답했다.

다만, 투룸으로 가면

①월세가 늘어나고

② 원룸에 제공되는 옵션(냉장고, 세탁기, 에어컨)을 다 사야하기 때문에 망설이고 있었다.

혼자 사는데 굳이 고정비용(월세)을 늘리고, 최소 이삼백만원을 추가 지출하는 건 아까웠다. 냉장고 세탁기... 잘 안 쓰지만 없이 살 수는 없잖아요...?

 

그런데, 남자친구가 타지에서 근처로 이사했고, 올 4~5월부터 비교적 더 넒은 내 집에서 거의 숙식하게 되면서 집이 더 좁게 느껴지기 시작했고, 넓은 집 하나로 합쳐서 월세 총액을 줄이는 게 좋겠다는 결론을 냈다. 가는 김에 가전은 새로 하는 거고 뭐.

 

하지만

내 원룸은 7월에 계약이 끝나는데 남자친구의 원룸 계약은 내년 2월까지라 집을 합치기가 좀 애매했고, 내가 팀을 옮기게 되면서 5~6월이 가장 바쁜 시기가 돼서 집을 구하러 다닐 (마음의) 여유가 없을 것 같았다.

집주인 할머니 성향(?) 상 딱히 월세를 올린다거나 계약에 신경쓸 분이 아니고, 여름에 이사하려면 덥고 힘들 것 같다는 등... 이런저런 이유로 선선한 가을에 하는 걸로 미뤄뒀다. 9월쯤?

그동안 근처 부동산 블로그를 이웃 추가하고, 투룸 매물을 자주 자주 염탐하면서 괜찮아 보이는 집은 즐겨찾기 해두고, 여러 군데 금액 비교하면서 나름의 기준도 정해보고, 보증금으로 쓸 현금도 열심히 모았다. 시간 날 때 둘이 쓰기에 적당한 가전제품도 열심히 찾았다(온라인으로ㅎ).

 

7월에 또 팀을 옮기면서, 9~10월은 눈코 뜰새 없이 바쁜 시기인 게 눈에 보였다 ㅋㅋㅋ

그래서 10월말~ 11월로 2차 연기


10월 중순이 지나 여유를 찾을 즈음, 원룸 옵션으로 있던 세탁기가 고장났다.  노랗고 오래된 LG 통돌이 세탁기.

남자친구가 a/s 아저씨를 불러서 세탁기를 고쳤는데, 며칠 있다가 또 고장이 났다고 했다. 단순 고장이 아니라 세탁기 자체가 오래되어서 부품이 낡은 거라고 했다. 이제 수명이 다한 것...... 세탁기를 바꿔달라고 이야기할까 생각했지만, 처음에 고장났을 때 집주인에게 이야기했더니 '그 세탁기 새 건데 왜 고장나냐'고 했대서, 헛웃음 나왔었다. 20년은 된 거 아닌가요?......... 사실 평일에는 내가 빨래할 일이 없어서 그렇구나, 하고 말았다.(남자친구야 미안...)

 

그 주 토요일이었다. 혼자 있다가 빨래를 하는데 세탁기가 먹통이라, 빡쳤다. 50분짜리 세탁을 돌려놨는데, 한 30분 지나서 보니 물이 계속 나와서 세탁기 밖으로 넘쳐흐르고 있었다. 왜인지 너무 화가 났다. 이런 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야 한다니. 이사를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새 세탁기, 새 냉장고 사서 새 집으로 들어가야지.

저녁에는 준비를 했다. 집을 볼 때 체크해야 할 목록을 메모장에 써두고, 부동산 연락처도 몇개 적어두고.

 

개 ㅡ 운

일요일 아침 일찍, 코인빨래방에 가서 어제 흠뻑 적셔지기만 한 빨래를 깨-끗하게 처리했다. 세차게 돌아가는 세탁기 보면서 완전 힐링함. 점심 때쯤, 동네 부동산이 모여있는 골목으로 갔는데 어째 다 닫혀있었다. 부동산은 주말에 하는 거 아니었나... 다행히 연락이 닿은 부동산 사장님이 있어, 1시간쯤 후, 첫번째로 볼 집 앞에서 만났다.

 

첫번째 집은 세입자가 있는 집이었는데, 그분이 식사 중이어서;; 다른 집 먼저 보고 온다고 하고 발길을 돌렸다. 두번째 집에 갔는데, 사장님이 알고계시는 도어락 비밀번호가 안 맞았다. 집주인에게 연락하시더니, 어제 계약이 됐다고...ㅎ

다시 세번째 집(사실상 첫번째 집)으로 향했다.

 

사실 마음에 드는 집이 없을까봐 걱정을 했었다. 지역 특성상 원룸, 투룸 건물이 따로 있지 않고, 다 주택가 2층에 위치해 있다(1층은 주인채, 2층엔 2~4개의 원룸 또는 투룸). 3년 넘게 살았던 이 원룸을 구할 때는 집을 5~6개 봤는데, 관리가 안되어 엉망인 집 뿐이었다. 좁았고, 화장실도 다 별로였고, 방에 시커먼 발자국도 나있었다. 다행히 도배와 장판, 싱크대를 새로 해서 깔끔했던 이 집을 구해서 계약했던 것이었다. 이번에도 그런 집들만 있으면 어떡하나 싶었는데

 

집 보기 전 남자친구와 준비했던 체크리스트. 메모장에 여러 장을 복제해뒀는데, 한 장밖에 안 썼다.

 

그런데 여기는, 두개의 방, 넓은 부엌 싱크대, 길고 좁지만 적당한 거실, 크게 난 창으로 쏟아지는 햇빛...ㅠㅠ! 생각했던 투룸보다는 다소 좁은 느낌 + 도어락 없는 거 빼고는 내가 생각한 조건을 다 만족하는...? 세탁기 둘 자리가 욕실에 있는 게 조금 아쉬웠지만, 욕실이 넓어서 단점으로 보이지 않았다. 금액도 생각한 범위 내였다. 사장님한테 "집이 상당히 괜찮네요...." 하면서 꼼꼼히 둘러봤다. 이후에 세입자가 있던 첫번째 집에 다시 갔는데, 여길 보고 나니... 거기엔 마음이 안갔다. 부동산 사장님께 같이 살 친구랑 다시한번 보고 연락드린다고 하고 곧장 남자친구를 불렀다. 역시 남자친구도 완전 만족! 희한하게도 다시 볼 때는 좁아 보이지 않았다ㅎㅎ

그날 오후 5시에 만나서 계약했음 ㅎ

 

고맙게도, 부동산 사장님이 집주인에게 이야기해서 도어락은 설치해주기로 했다.

 

 

타이밍이 좋았다.

1. 요즘 아파트가 비싸서 투룸쓰리룸 매물이 많이 없다고 했는데, 마음에 드는 집을 바로 찾았고, 

2. 매달 28일마다 월세를 냈는데, 계약일을 25일로 해서 이전 집에 월세 안내도 되게 되었고 (계약일이 너무 빨랐던 것에 대해서는... 별도로 써야지)

3. 바쁜 일 다 끝나서 이사를 위해 연차 내는 데 부담 없었고.....

4. 남자친구랑 집 보고 있을 때, 다른 사람이 그 집 보고 싶다고 연락 왔었다고 한다. 당일 계약 안했으면 빼앗길 수도 있었음 ㅠㅠ!

 

 

암튼 후다닥 이사해서 지금은 이 집에서 지낸 지 한달이 넘었다. 원룸보다 삶의 질이 높아졌다. 이래서 해 잘 들고 넒은 집에 사는 건가 싶다.

그 다음 쓸 이야기는

1. 대출 못받은 이야기

2. 어떻게 살고 있는지

정도?